담쟁이(시 : 도종환)
저것은 벽
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
그때
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.
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
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
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.
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.
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
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.
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
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
결국 그 벽을 넘는다.
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‘담쟁이’라는 시가 기억났고, 모든 인류가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만들어 낸 죄악의 벽 앞에, 어쩔 수 없는 그 죽음의 벽 앞에, 하나님이신 예수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오셔서 죽음의 절망을 끌어 안고 하나의 담쟁이 잎이 되어(한 알의 밀알이 되어) 우리 모두의 손을 잡고 결국 그 벽을 넘게 하신 구원의 감동이 다시금 묵상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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